살며 사랑하며

형만 한 아우 없다고...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16. 2. 22. 11:09

 

 

 

오늘 아침 6시 50분에 옆에 사는 셋째 언니가 전화했다.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의 전화는 언제나 긴장을 하게 되고

이렇게 일찍 무슨 일이 생겼나? 생각하며 전화를 받았는데

찰밥 했으니까 출근길에 잠시 들릴 수 있냐고 했다.

 

7시 20분경 집을 나서고 30분 남짓해서 버스를 탄다.

버스가 한 정거장을 가면 언니네 아파트 앞이지만 내릴 수는

없는 노릇이고 출근 준비 중이라 갈 수도 없다고 했다.

 

버스 타러 가는 중에 또 전화가 왔다.

언니네 집 앞을 지날 때 몇 분 정도 되느냐고!

35분 전후라고 말하고 무심히 버스 정거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길 건너에서 분홍 점퍼를 입고 도시락을 들고 혹시 그동안 

버스가 와서 내가 가버릴까 봐 용감하게

무단횡단하며 뛰어오는 언니가 보였다.

 

세상에나! 오곡밥 해 먹지 않을 거란 생각을 했는지

올해는 나물도 안 했다며 밥이라도 먹으라고 도시락을 건네주었다.

정신없이 받아들고 보니 형부가 유턴해서 언니를 태우고 떠났다.

맞은편 정거장에서 사람들이 쳐다보고 있었고

마침 내가 탈 버스가 다가오는 게 보여 얼른

도시락을 가방을 챙겨 넣고 출근했다.

 

출근 후 열어보니 밥이 머슴 밥이라 반찬보다 많다.

맛있는 차돌박이 찌개 냄새가 그윽하다.

오늘도 난 언니 덕분에 포식하게 생겼고 다이어트는 실패다!

 

옆에서 늘 이래저래 챙겨주고 특히 음식 솜씨가 뛰어나

먹거리를 잘 챙겨주는 언니가 있어 감사하다.

월요일 아침부터 행복을 안고 출발한다.

 

형만 한 아우 없다는 말이 우리 집에선 당연한 말이다.

 나이 먹어가면서도 사랑받고 있으니 나는 참 복도 많은 여인이다. 

앞으로도 감사함을 잊지 말고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