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 시절

무창포 다녀오다.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14. 9. 22. 15:03

 

 바람 살랑 햇살 따사로운 토요일.

사흘간 워크샵 다녀온  남편이 직원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서천으로 문상을 가야된단다.

이틀간의 휴일 이렇게 곱고 맑은 날에 집에 혼자있을 생각을 하니 아깝다는 생각에

먼길 졸릴터이니 같이 가면 더 좋지 않을까? 하며 둘이 가기로 했다던 직원에게 그사람 부인도

집에서 쉰다면 넷이 바람쐬러 가자고 전화나 한번 해보라 했다.

다행히 그쪽에서도 가겠다하여 용인까지 가서 직원부부를 태우고 서천으로 달렸다.

처음본 직원부인과는 가는중에 아이들 이야기하며 조금씩 부담을 줄이고,

한산모시관 근처가 장례식장이라 우리는 한산모시관에서  가을땡볕을 받고 모시관 구경을 하려다

접고는 일주일간의 직장생활때문에 피곤하다는 핑계를 대며 모시관 휴게실로 들어갔다.

 

작년여름 그 부부도 우리부부도 한산모시관 구경을  했다는 합리화에 동의하며

이젠 어딜가나 앉을 자리부터 찾게되는 나른한 나이가 되었음을 실감하면서

뙤약볕은 일단 피하고  날 좋을때만 다니고 싶어하는 아줌마들의 끈끈한 동질감으로 마주 앉았다.

 

아줌마들은 길가다 모르는 사람들 끼리도 얘기를 한다.

마트에서 물건사다 옆사람과도 금세 이야기를 하고 친근감을 표하기도 하니

초면이지만 남편들의 직장이 같으니 금방 스스럼없는 동네 아줌마처럼 이야기 보따리가 풀어져

역시 여자들의 초면 마음 열기는 시댁이야기인지라

효자 남편과 살고 있는 그녀의 수시로 가는 영동시댁에 대한 얘기며

나또한 시어머니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이야기 하고 있자니 한시간이 훌쩍가도 모르고 앉아있었다.

내인상은 입다물고 가만 있으면 까칠하고 도도해 보인다는 말을 들어왔던터라

괜히 이런상황에선 먼저 말을하고 진솔하게 대화를 해야만 좋지않은 인상을 받지 않게 됨을 알기에

그렇게 주저리주저리 떠들어댔다.

아마 그니는 좋은 인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날 위해 잘 응대해주었으리라 싶다.

 

그러고 있는데 헐레벌떡 남자들은 클났다는 표정으로 휴게소로 들어오면서 늦게와서 미안타고

먼저 말을 한다.

정작 우리는 아무 스스럼없이 이제 아줌마 본연의 자세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었다 하니

다행이라는듯 남자들의 표정에서 짧은 긴장이 풀어지고

서천까지 왔으니 좋은 곳으로 가서 맛있는 음식도 먹자며 아직도 쨍쨍한 가을햇살을 받으며

무창포로 달렸다.

무창포에서 마침 대하와 전어 축제를 시작하는 첫날이었는데 오래간만에 바닷가 모래밭을 거닐며

운동화를 신지 않은 탓에 나 잡아봐라는 생략하고 물끄러미 바다만 바라보다 곱디고운 모래도 만져보고

사람이 가장 많은 식당으로 들어갔다.

축제에 걸맞게 전어와 대하를 주문하려고 보니  대하는 비싸도 너무 비싸

구이용이 1키로에 6만원인지라 갈때 시장에서 사가서 집에서 아이들과 먹자며 전어회와 칼국수만 먹었다.

 

대하를 사오려고 축제장에 들어서니 때마침 백지연이라는 무명가수의 전어회처럼 착착감기는 노랫소리가 울려퍼지자

남자들은 사람들 틈을 비집고 어느새 늘씬한 다리를 내놓고 콧소리 섞인 아름다운 가수의 자태에 홀딱 빠져서

침흘리기 일보 직전!

공짜니까 많이 보라며 좀 더 보고 갈까? 하니 묵묵부답. 그래 까짓거 여기까지 데려왔는데

이 곡 끝나면 가자며 멀거니 쳐다보다 다음곡 `찔레꽃 붉게 피~~는` 시작과 함께 판매장으로 향했다.

TV에서 대하가 많이 잡혀 가격이 많이 내렸다는 말을 믿고 축제장으로 들어갔는데  막상 현장에서는 1키로에 4만원에서

4만 5천원정도이다.

직원이 지난 목요일에 가서는 1키로에 2만 5천원이었다는데 축제기간이라 사람들도 많고 그분들에겐 대목이라 가격이 많이

오른듯하여 실컷 배불리 먹은 후라 차라리 가락시장에서 사는 게 낫겠다며 부담스러워 사지못하고 빈 손으로 나왔다.

빈손으로 나오다 도로변에서 멸치와 다시마를 팔다 어둑해진 보따리 싸는 아저씨에게 얼마냐고 물으니 행사장의 반 값 정도였다.

두 박스를 사서는 초면에 나와 함께 해 준 그녀에게 감사하며 한 박스 들려주고는 부른배를 긴 옷깃으로 가리며 차에 올랐다.

 

오가는 내내 갈대들이 꽃보다 더 여리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손 흔들어 주어 가을을 흠뻑 느낀 날이었다!